작은 생명이 내 품에 안긴 날

출산 전 아내의 아름다운 몸매를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만삭사진도 찍고, 임산부가 얼마나 힘든지 체험해보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출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호흡을 힘들어하는 아내를 이끌고 출산 예정일 3일 전, 병원에 미리 입원하여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다. 사주상 아기에게 좋은 날이라고 하니 고민할 필요 없이 유도분만을 선택했다.

유도분만을 위한 병실에서 주사를 맞고 아내 옆을 지켰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통증을 호소하는 아내를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손을 잡아주는 것, 물을 마시면 안 된다기에 입술을 적셔주는 것. 그저 그게 다였다. 주사만 맞으면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자궁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 상태로 무려 3일이란 시간을 아내는 버텨야 했다. 결국 병원 측에서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위험하다며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힘들어하는 아내를 무기력하게 지켜본다는 건 꽤나 고역이었다. 수술실로 아내를 옮기고 밖 대기실에서 기다린 지 20분쯤 지났을까?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수술실을 뚫고 대기실까지 울려 퍼졌다.

부모는 자기 자식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아… 내 아이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간호사가 나와서 공주님이 태어났으니 아이 받을 준비를 하라고 했다. 병원에서 준 옷을 입고 병실로 가니 아이가 나왔다. 1년이나 준비하고 10개월을 더 기다려 내게 온 축복이었다.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 울컥하면서 알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라 눈물이 났다. 아이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마취가 덜 풀려 힘들어하는 아내를 안아주며 “고생했어”라고 말하고 입을 맞췄다. 이제서야 ‘가족’이 된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평생 내 가족을 지킬 일만 남았다. 아빠가 되었으니 힘내보자.


오늘의 한 줄: “작은 생명이 내 품에 안긴 날, 나는 아빠가 되었다.”

다음 이야기: 엄마아빠도 부모가 되는 건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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